가족 4명이 파리 여행을 떠나던 날, 출발 직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2026년 7월 27일 월요일, 인천공항에서 오전 11시 45분 출발하는 에어프랑스 파리 직항편을 이용할 예정이었습니다.
낮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 저녁에 도착해 호텔에서 푹 자고, 다음 날 화요일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파리 여행을 시작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탑승을 기다리던 중 비행기 바퀴 쪽 서스펜션에 문제가 생겼다는 안내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출발시간이 11시 45분 → 12시 40분으로 지연되었습니다.
수리를 마치면 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기다렸는데 결국 고치지 못했고….
파리 직항편이 당일 결항된 것입니다. 처음 겪어본 일이어서 현실감이 떨어져 진짜 얼떨떨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AF267편 결항 안내. 처음에는 지연됐지만 결국 기체 정비 문제로 결항됐다.
결항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짐을 다시 찾는 것
결항이 확정되자 공항 및 항공사 안내에 따라 위탁수하물을 다시 찾아 입국장 밖으로 나왔습니다.
갑작스러운 결항이라 처음에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에어프랑스 측에서 승객들의 숙박과 대체편을 순차적으로 안내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이어서 먼저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서 약 20분 거리의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대체 항공편은 “에어프랑스 앱에 대체 항공편이 들어갈 예정이니 기다려 달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오후 3시 30분, 에어프랑스 앱에 갑자기 대체편이 떴다
오후 3시 30분쯤 에어프랑스 앱을 확인해 보니 새로운 항공편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원래 파리 직항이었던 승객은 1회 경유, 원래 1회 경유였던 승객은 2회 경유하는 식으로 가능한 좌석을 찾아 대체편을 배정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른 승객들과 오며가며 이야기를 해보니 덴마크, 독일, 베트남 호찌민 등 경유지가 제각각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배정된 일정은 뜻밖에도 꽤 괜찮았습니다.
인천 → 하노이 : 대한항공 비즈니스석 약 4시간
하노이 → 파리 : 베트남항공 비즈니스석 약 12시간
중간에 하노이 공항에서 약 2시간 대기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원래 비즈니스석으로 예약했기 때문에 대체된 두 구간 역시 모두 비즈니스석으로 배정되었습니다.
오히려 괜찮은데? 그냥 하노이 경유로 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직항이 경유편으로 바뀌었으니 당연히 손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자세히 계산해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원래 일정은 낮 비행기를 타고 파리까지 간 다음 저녁에 도착해 호텔에서 다시 자는 일정이었습니다. 시차 적응을 할 수 있을까가 여행전부터 고민이었던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체편은
인천 → 하노이 4시간 비행 → 라운지 2시간 → 하노이 → 파리 12시간 밤 비행 → 파리 아침 도착
이었습니다.
오히려 장거리 구간이 밤 비행기였기 때문에 비즈니스석에서 자면서 이동하면 자연스럽게 시차 적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원래 계획했던 화요일 오전 파리 여행 일정에는 거의 차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이 대체편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대한항공 최신 비즈니스석, 4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인천에서 하노이까지는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이었습니다. 막상 탑승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개인 공간이 넉넉했고 문을 닫으면 독립적인 공간처럼 사용할 수 있어서 굉장히 아늑하고 쾌적했고 비행기에 탄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좋았습니다.

큰 개인 화면으로 영화 아바타 한 편을 봤더니 하노이에 도착했습니다. 결항 때문에 어수선했던 몇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편하게 이동했습니다.
하노이 공항 라운지에서 2시간 쉬고 다시 파리로
하노이에 도착한 뒤에는 베트남항공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약 2시간을 보냈습니다.
맛있는 베트남 음식도 먹고 잠시 쉬니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도 크게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노이에서 파리로 향하는 베트남항공 비즈니스석에 탑승했습니다.
약 12시간의 장거리 구간이었지만 최신 에어버스 비행기여서 쾌적했고 운전도 안정적이라 식사 후 잠을 푹 잤습니다.
파리에 도착한 시간은 프랑스 현지시간으로 오전 8시 무렵.
결과적으로 비행기에서 밤을 보내면서 시차까지 어느 정도 적응했고,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원래 계획했던 오전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인천공항에서 FLIGHT CANCELLED를 봤을 때는 여행 첫날부터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예상보다 훨씬 편하게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귀국 후 알게 된 뜻밖의 보상금, 1인당 최대 보상금 600유로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에어프랑스 앱에서 결항 관련 보상을 신청했습니다.
복잡하게 서류를 작성해서 어디로 우편을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앱에서 청구 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서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지급된 금액은
1인당 €600 × 4명 = 총 €2,400 이었습니다.
당시 환율 기준으로 한 명당 약 98만원, 가족 4명 합계로는 한화 약 4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었습니다.
신청하고 실제 계좌로 입금되기까지는 제 기억으로 약 2주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
비즈니스석이라 €600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EU 항공여객 권리 규정의 정액 보상은 좌석 등급이 아니라 항공편의 거리와 결항·지연 상황 등 규정상 요건에 따라 결정됩니다. EU 공식 안내상 현재 기준은 1,500km 이하 €250, EU 역내 1,500km 초과 및 기타 1,500~3,500km 항공편 €400, 그 밖의 3,500km 초과 장거리 항공편은 €600입니다.
한국에서 출발해도 EU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이 부분을 알고 있으면 유럽 여행할 때 상당히 유용합니다.
EU261은 단순히 “유럽 가는 비행기는 모두 보상”이라는 규정이 아닙니다.
한국처럼 EU 밖 국가에서 출발해서 EU 공항으로 들어가는 항공편은 운항 항공사가 EU 항공사인 경우 적용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인천에서 파리로 출발한 저희 가족의 경우 프랑스 항공사인 에어프랑스 운항편이었기 때문에 적용 범위에 들어갔습니다. 다른 EU국가 항공사 비행기도 해당됩니다. 인천 출발시 우리나라 항공사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이런 보상을 받지는 못합니다.
반대로 유럽에서 한국으로 출발한다면?
여기서 적용 범위가 훨씬 넓어집니다.
EU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은 EU 항공사뿐 아니라 비EU 항공사가 운항해도 EU261 적용 범위에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파리 → 인천이라면 EU 공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EU 항공사든 비EU 항공사든 규정 적용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EU 공식 안내도 EU에서 비EU 국가로 출발하는 경우 EU 또는 비EU 항공사 모두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 항공여행 중 결항이나 장시간 지연이 발생했다면 “대한항공 비행기인데 해당되나?”라고 생각하고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 지연이나 결항시 무조건 보상 신청하세요.
비행기 기체 고장이면 보상받을 수 있나?
저희 비행편은 현장에서 FLIGHT MAINTENANCE로 표시됐고 기체의 바퀴 서스펜션 문제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EU 법원 판례상 일반적인 항공기 기술적 문제는 단순히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extraordinary circumstances(특별한 사정)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항공사의 통상적인 운항 활동에 내재된 기술 문제라면 원칙적으로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EU 법원의 해석입니다. 다만 숨겨진 제조결함, 사보타주·테러처럼 항공사의 정상적인 활동에 내재하지 않고 통제 밖에 있는 원인이라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체 고장 = 무조건 €600”도 아니고, “기체 고장 = 항공사 책임이 아니므로 보상 없음”도 아닙니다. 실제 원인과 운항거리, 통보 시점, 대체편 도착시간 등 개별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에어프랑스 결항 보상 신청은 어디서 했나?
저희는 귀국한 뒤 에어프랑스 앱에서 청구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에어프랑스 사이트에서 맨 아래쪽 고객서비스의 환불/청구 관련 절차가 제공되고 있으므로 실제 결항이나 지연이 생겼다면 최신 절차를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저희는 에어프랑스 공식 사이트에서 항공권을 구입해서 운향기록이 남아있어서 청구 과정이 훨씬 간단했습니다.
타 사이트를 통해서 구입했다면 여행사 E-ticket 또는 항공권 확인서, 지연이나 결항 이메일 또는 문자 스크린샷, 공항 전광판의 Cancelled 표시 사진이나 여행사에서 받은 결항 통보를 보관하셔서 에어프랑스 사이트에 직접 청구하시면 됩니다. 항공사에서 결항된 종이항공권을 다시 회수하므로 내기 전에 사진 찍어두시길 바랍니다. 단, 에어프랑스 사이트에서 구입하신 분은 기록이 남아있으므로 없어도 됩니다.
또한 보통은 항공사에서 지연, 결항시 호텔과 식사를 제공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시간이 다급해서 호텔 무료 식사를 하지 못했고 개인적으로 식사비와 간식비, 다시 공항 갈 때 택시비를 지출했었습니다. 이건 에어프랑스 쪽에 문의했지만 보상 불가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어짜피 여행자보험을 들어두었기 때문에 이건 보험사에 청구하여 보상 받았습니다. 여행자보험 가입시 되도록 항공기 지연, 결항 보상 특약 가입하시고 사용한 영수증 꼭 보관해서 보상 받으시길 바랍니다.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면 탑승권, 예약번호, 결항 안내 화면, 대체편 정보, 항공사에서 받은 이메일·문자 등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지우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결항을 겪고 나서 느낀 점
인천공항 전광판에서 FLIGHT CANCELLED라는 빨간 글자를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당황했습니다.
가족 4명이 준비한 파리 여행이고, 그것도 첫날부터 일정이 꼬였으니까요.
하지만 에어프랑스가 대체편을 배정해주었고,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으로 하노이에 간 뒤 베트남항공 비즈니스석에서 밤새 푹 자고 파리에 아침에 도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래 예정했던 화요일 오전 파리 일정도 그대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여행 후 4인 가족 총 €2,400의 결항 보상까지 받았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번 경험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결항이 오히려 새로운 비행 경험이 되고, 여행 일정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고, 몰랐던 항공여객 권리까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도 가족과 함께라면 결국 여행의 한 페이지가 됩니다.